📖 『빛과 실』 – 한강
🌫️ 빛은 어둠에서 태어난다, 실은 침묵 속에서 자란다
한강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다.
그건 마치 고요한 방 안에서 아주 느리게 내리는 비를 듣는 일과도 같다.
『빛과 실』을 펼치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 조용한 방 안으로 들어선다.
바깥세상의 소음이 멀어지고, 감정의 가장 깊은 층위와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고, 그 어떤 에세이보다도 더 치밀하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 발표된 강연문과 더불어,
한강이 지난 시간 동안 품어온 사유와 세계에 대한 태도,
문학에 대한 신념이 섬세하게 얽혀 있다.
그녀는 화려한 문장이나 감각적인 표현으로 독자를 설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생략하고 절제함으로써
독자의 마음을 더 깊은 곳으로 끌어내린다.
이 책은 그래서 읽을수록 조용하고, 조용할수록 묵직하다.
🧵 실: 연결하고 꿰매고 이어주는 것
‘실’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이미지다.
실은 얇고, 가늘고, 잘 끊어진다. 하지만 그 실이 없으면 상처를 꿰맬 수 없고,
무너진 구조를 다시 잇는 일도 불가능하다.
한강은 이 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또 얼마나 조심스럽게 회복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잊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회복은, 실처럼 천천히, 조용하게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그녀는 폭력, 상처, 상실, 고통이라는 단어들을 거의 직접적으로 쓰지 않으면서도
그보다 더 깊은 고통의 실체를 그려낸다.
그 실체는 말보다 앞서고, 글보다 오래 남는다.
한강이 보여주는 슬픔은 과장되지 않고, 결코 눈물짓게 만들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머문다.
💡 빛: 방향은 없지만, 온기는 있다
책의 또 다른 축은 ‘빛’이다.
한강의 빛은 어둠을 완전히 없애는 빛이 아니다.
그보다는, 어둠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빛이다.
마치 새벽녘, 커튼 틈 사이로 아주 조금 들어오는 빛처럼.
아주 작고,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그 빛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무너지지 않고 버틴다.
그녀는 말한다.
슬픔을 안고도 살아가는 사람들,
고통을 겪고도 여전히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빛’을 품고 있다고.
책 속에는 전쟁, 재난, 사회적 참사 같은
구체적인 사건들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모든 어둠들이 문장 뒤편에 고스란히 깔려 있다.
그리고 그 어둠을 등지고 서 있는 한강의 문장은,
그 자체로 작은 빛이 된다.
✍️ 쓰지 않기 위해, 쓰는 사람
『빛과 실』은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한강은 글을 쓰기 전의 침묵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그 침묵이 충분히 길지 않으면,
그 어떤 문장도 진실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녀는 가능한 한 조용하게 말하고,
가능한 한 천천히 써 내려간다.
한강의 글은 그렇게 태어난다.
쉽게 다가가지 않지만, 한번 들어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건 단순히 문장의 힘이 아니다.
그것은 태도의 힘이고, 삶을 대하는 자세의 힘이다.
『빛과 실』은 바로 그 자세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 이런 분께 추천하고 싶어요
- 마음이 요즘 자꾸 가라앉는 분
- 삶의 소란 속에서 고요함을 찾고 싶은 분
- 한강의 문장을 진심으로 좋아했던 독자
- 문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싶은 사람
- 말보다 침묵에 더 귀 기울여보고 싶은 사람
📌 냥이의 다정한 메모
『빛과 실』은 한 장씩 천천히 읽는 책이다.
그리고 그 한 장마다, 한강이 얼마나 오래 고민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위로한다는 말조차 쉽게 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옆에 앉아, 함께 있어주는 책이다.
슬픔을 감싸는 법을 배우고 싶을 때,
말 없이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을 때,
『빛과 실』을 꺼내어 보자.
그 안에는 한 줄의 문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고요하게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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