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벗어나 다시 나를 만나는 시간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반복되는 하루, 식상한 길, 익숙한 말투와 습관들. 그 속에서 문득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는 바로 그 마음을 붙잡고, 왜 우리가 그토록 ‘떠남’을 갈망하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장소를 나열하고 여행 팁을 공유하는 류의 글이 아니라,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삶의 흐름을 철학적으로 탐색하는 사유의 기록이다. 작가는 자신이 겪은 여러 도시와 길 위의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 각자의 내면으로 향하는 문을 하나씩 열어준다.
여행, 나를 다시 조립하는 시간
김영하는 여행을 ‘자신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이라 표현한다. 일상에서 부여된 이름과 역할, 수많은 조건들로 가득 찬 ‘나’라는 존재를, 낯선 공간에서는 잠시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말한다. “그곳에서 나는 누구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무명의 자유 속에서, 우리는 가장 나다운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올린 것은 나 또한 어떤 순간에 그랬다는 점이다. 이름 없는 도시의 골목을 걸으며, 이름 모를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그곳의 공기와 사람, 언어 속에서 나 스스로를 낯설게 바라보게 되었던 순간들. 『여행의 이유』는 그런 기억을 환기시키고, 그 안에 담긴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묻게 한다.
여행의 본질은 ‘이동’이 아닌 ‘변화’
책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여행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감각의 변화라는 점이다. 낯선 곳에서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롭다. 그 낯섦은 곧 감각의 예민함을 불러오고, 평소 놓치던 것을 다시 보게 만든다. 그는 말한다. “익숙함은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그래서 여행은 단순히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김영하의 문장은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날카롭게 그 변화를 포착한다. 공항의 출국장에서, 유럽의 한 시골길에서, 타인의 언어 속에서 그는 변화를 감각하고, 그것을 삶의 언어로 바꿔낸다. 그리고 그 사유는 책을 읽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돌아옴으로써 완성되는 여정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돌아옴’에 대한 사유였다. 대부분의 여행 서사는 떠남에 초점을 두지만, 김영하는 여행은 돌아옴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서사가 된다고 말한다. 떠난 자만이 알 수 있는, 익숙했던 일상의 새로운 표정들.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떠남은 낯선 것을 향한 여정이 아니라, 내가 있던 자리를 다시 보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는 담담하게 그러나 확신에 찬 어조로 “여행은 삶을 낯설게 만들고, 그 낯섦이 삶을 다시 살게 한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이 책의 정수이자,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는 메시지다.
누군가를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 떠나보는 일
『여행의 이유』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모든 이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나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무작정 떠나도 괜찮다는 위로가 아니라, 떠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확신을 건네는 책이다.
지금 삶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방향을 잃은 듯한 기분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어느 문장 하나가 당신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이 책을 덮고 나서 작은 가방 하나를 챙겨 문을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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