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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3 리뷰

by 냥이도서관 2026.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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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보다 도시의 시간을 읽는 책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3』 리뷰

유럽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것은 보통 유명 관광지와 맛집, 이동 경로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사진은 어디에서 찍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일정을 짠다.

 

하지만 한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현재의 모습만 봐서는 부족하다. 그 도시가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의 얼굴을 갖게 되었는지 알아야 거리와 건축물, 미술관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3』은 유럽의 명소를 소개하는 일반적인 여행 안내서라기보다, 도시라는 공간에 축적된 역사와 예술, 사람들의 삶을 읽어주는 인문 여행서에 가깝다.

 

이번 책에서 다루는 도시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포르투다. 모두 이베리아반도에 있지만 저마다 전혀 다른 표정과 이야기를 지닌 곳이다.

여행 정보보다 도시의 이야기에 집중한 책

책의 표지에는 마드리드의 건축물,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리스본의 파두, 포르투의 와인이 차례로 배치되어 있다.

 

각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상징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상징적인 관광지를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건물과 거리, 박물관과 예술 작품에 어떤 역사적 배경이 숨어 있는지 차분하게 풀어간다. 저자 역시 유럽의 도시와 건축물, 거리, 예술품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하고 싶어 이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여행지를 구경한다기보다 도시의 기억을 따라 걷는 느낌이 든다.

 

눈앞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감상에 그치지 않고, 왜 이런 건축물이 만들어졌는지,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았는지, 정치와 종교가 도시의 모습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같은 나라의 다른 얼굴

스페인을 대표하는 두 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가까운 듯하면서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마드리드에서는 왕실과 국가의 역사, 미술관에 남겨진 예술 작품을 통해 스페인의 중심부를 바라보게 된다. 화려한 문화유산 뒤에는 제국의 번영과 쇠퇴, 권력과 종교가 남긴 복잡한 이야기가 자리한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건축물로 널리 알려졌지만, 도시의 매력은 독특한 외관에만 있지 않다. 카탈루냐의 역사와 정체성, 지역문화가 도시 곳곳에 스며 있다.

 

같은 스페인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어도 두 도시가 축적해 온 기억은 전혀 다르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단순히 여행 일정 속 경쟁 도시로 비교하기 어려워진다.

 

각 도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시간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리스본과 포르투에서 만나는 포르투갈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포르투는 스페인의 도시보다 조금 더 느리고 서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리스본을 생각하면 언덕과 노란색 트램, 대서양과 파두 음악이 떠오른다. 포르투에서는 도우루강과 포트와인, 오래된 건물과 골목이 먼저 연상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는 두 도시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포르투갈은 대항해시대의 중심에 있었고 한때 세계사의 항로를 바꾸었던 나라다. 번영 이후에는 긴 쇠퇴와 변화의 시간을 지나야 했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적 흐름을 도시의 풍경과 연결해 보여준다.

 

리스본과 포르투의 낡고 아름다운 모습이 단순한 관광 상품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가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감정이 겹쳐 보인다.

유시민식 설명의 장점

유시민의 글은 방대한 역사적 내용을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학술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도시를 직접 걸으며 받은 인상과 역사적 사실, 예술 작품에 대한 해석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독자는 어려운 유럽사를 공부한다는 부담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다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저자의 해석과 감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보만 나열하는 중립적인 여행 안내서와는 다르다. 어떤 사건과 작품을 중요하게 바라보는지, 도시에서 무엇을 느꼈는지가 글에 담겨 있다. 그래서 독자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보게 된다.

 

다만 여행지의 실용적인 정보가 필요한 독자에게는 다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교통편이나 맛집, 숙박, 추천 일정 등을 자세히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여행 방법보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생각할 것인지를 알려준다.

실제 여행 전 읽으면 좋은 이유

여행 전에 역사책을 따로 공부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용이 방대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유럽 도시 기행 3』은 네 도시를 중심으로 필요한 이야기를 골라 들려준다는 점에서 좋은 입문서가 된다.

 

책을 읽은 뒤 도시를 방문하면 같은 장소도 다르게 보일 가능성이 크다. 미술관에서는 유명 작품 앞에서 인증사진만 찍고 지나치지 않게 되고, 오래된 성당이나 광장에서는 그 공간에 쌓인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이미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다.

 

당시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이나 거리의 의미를 뒤늦게 발견하며 자신의 여행을 다시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전에는 안내서가 되고, 여행 후에는 기억을 해석하는 책이 된다.

여행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인문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당장 유럽에 갈 계획이 없어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도시는 사람이 만든 거대한 기록물이다. 왕과 정치가, 예술가만이 아니라 이름 없이 살아간 수많은 사람의 선택과 생활이 쌓여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한 도시의 역사를 읽는 일은 결국 인간이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고, 갈등하고, 번영하고, 쇠퇴하며 다시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럽 도시 기행 3』은 여행 에세이이면서 역사책이고, 예술 이야기이면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인문서다.

 

책을 덮고 나면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스본, 포르투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쉬운 점

저자의 설명과 해석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만큼, 독자에 따라서는 개인적인 관점이 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여러 시대의 역사와 문화, 예술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가볍게 넘겨 읽는 여행 에세이를 기대했다면 내용이 다소 묵직할 수 있다.

 

네 도시를 빠르게 훑기보다 한 장씩 천천히 읽는 편이 잘 맞는다. 관련된 건축물이나 작품 사진을 함께 찾아보며 읽으면 이해와 몰입도도 더 높아질 것 같다.

책을 읽고 남은 생각

좋은 여행은 많은 장소를 방문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장소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고 바라보면 오래된 성당은 그저 아름다운 건축물이고, 낡은 골목은 사진 찍기 좋은 장소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곳에 얽힌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풍경에는 시간이 생긴다.

 

『유럽 도시 기행 3』은 유명한 도시를 새롭게 소개한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도시를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역사와 예술을 통해 도시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도 이러한 시리즈의 독자층과 관심을 보여준다.

한 줄 감상

관광지를 보여주는 여행책이 아니라, 도시가 걸어온 시간을 함께 걷게 하는 인문 여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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