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렛뎀』 – 리뷰·독후감
타인을 바꾸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내 경계와 선택에 집중하라는 책이다.
‘그들을 그대로 두는’ 간단한 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계, 감정, 시간 관리 전반을 재설계하는 실천 매뉴얼에 가깝다.
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나
우리는 관계에서 예상과 통제를 섞어 쓴다.
사람이 내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불안과 분노가 올라오고, 그 감정을 가라앉히려 상대를 더 강하게 조정하려 든다.
이 악순환을 끊는 핵심 도구로 책은 ‘렛뎀(Let Them)’을 제안한다.
말 그대로 “그들이 선택한 대로 하게 두고, 나는 나의 선택을 하라”는 원칙이다.
핵심 메시지 정리
첫째, 통제의 범위를 구분하라.
타인의 생각, 감정, 행동은 통제 불가능 영역이고, 나의 주의력, 시간, 경계, 가치 실천은 통제 가능 영역이다.
둘째, 감정의 주인을 명확히 하라.
상대의 기분을 내 책임으로 오인해 떠안지 말고, 내 감정도 상대에게 떠넘기지 말라.
셋째, ‘거절’은 관계 파괴가 아니라 관계 구조 조정이다.
경계는 친밀함의 적이 아니라 안정성의 조건이다.
넷째, 관찰–기다림–선택.
상대를 설득하기 전에 먼저 관찰하고, 충분히 기다린 뒤, 나의 선택을 조용히 실행하라.
다섯째,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충실하라.
상대가 바뀌지 않아도 내가 지켜낸 경계 자체가 이득이다.
상세 내용과 인사이트
- 왜 ‘내버려두기’가 어려운가.
사람은 애착과 두려움에 민감하다.
거절당할까 두려워 과잉 맞춤형 행동을 하고, 인정 욕구가 커질수록 타인 통제 시도가 잦아진다.
책은 이를 ‘관계 비용의 착시’로 설명한다.
지금 당장 불편을 피하려는 비용 절감 습관이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감정 소모, 시간 낭비, 자기 상실)을 낳는다. - 경계와 책임의 재정의.
경계는 “이것은 나의 영역, 저것은 너의 영역”이라는 선언이 아니라, “내가 어떤 조건에서 관계를 지속할지”를 설명하는 운영원칙이다.
책은 경계를 문장으로 구체화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밤 10시 이후 업무 메시지에는 다음 날 오전에 답한다.”, “조롱이 포함된 대화는 중단한다.”처럼 행동 단위로 써라. - 감정 위임 끊기.
상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람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다룬다.
‘설명·변명·교육’ 루프에 빠질수록 관계의 힘의 중심은 상대에게 간다.
책은 “한 번만 말하고, 기록하고, 그다음은 행동으로”를 권한다.
말을 반복하기보다 약속한 경계를 실행하는 편이 훨씬 교육적이다. - 관계별 적용 가이드.
연인·배우자.
상대의 변화를 기다리며 ‘조건부 사랑’을 거래처럼 제시하지 말고, 나의 생활 기준과 기대를 명료하게 말한 뒤 그 기준을 일관되게 지켜라.
가족·부모.
의무와 사랑을 혼동하지 말고, 돕는 행위가 자기 파괴로 이어지지 않게 ‘도움의 한도’를 정하라.
직장·팀.
모든 일을 떠맡는 해결사가 아니라, 역할과 우선순위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조정자가 되라.
SNS·커뮤니티.
논쟁을 이기려는 충동 대신 ‘내 시간 예산’을 지켜라.
차단·무시·알림 끄기는 회피가 아니라 위생이다. - ‘렛뎀’ 실천 5단계.
① 트리거 인지.
몸 신호(심박 상승, 턱·어깨 긴장)를 감지하면 자동 개입을 멈춘다.
② 소유권 라벨링.
“이 감정은 누구 것인가.”를 속으로 묻는다.
③ 경계 문장화.
행동 규칙을 현재형으로 짧게 쓴다.
④ 최소 설명·최대 일관성.
설명은 한 번, 실행은 반복.
⑤ 사후 기록.
어떤 상황에서 지켰는지, 흔들렸는지 기록해 다음에 보완한다.
읽으며 좋았던 점
첫째, 실천의 단위가 작다.
‘관찰–기다림–선택’ 같은 작동 순서가 명료해 당장 적용하기 쉽다.
둘째, 죄책감 처리법을 다룬다.
경계를 세운 후 찾아오는 죄책감·두려움·상실감을 ‘변화의 금단 증상’으로 설명해 자기비난을 줄여 준다.
셋째, ‘침묵’의 적극적 사용.
상대가 변화의 불편을 경험하도록 여백을 남겨두는 전략이 설득보다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개가 갸웃했던 지점과 보완
‘렛뎀’은 방임이 아니다.
무관심이나 회피와 혼동하면 관계는 오히려 약해진다.
책도 ‘핵심 가치에 반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에는 단호하게 개입하라고 강조한다.
또한 문화권·세대·권력관계에 따라 경계의 표현 방식은 달라진다.
상대가 규범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해 온 위치라면, ‘내버려두기’가 아닌 ‘지지와 동맹’이 먼저일 수 있다.
즉, 렛뎀은 만능열쇠가 아니라, 상황 감각과 함께 써야 빛나는 공구다.
실전 체크리스트
– 이번 주에 ‘설명 대신 실행’으로 바꿀 장면 한 가지를 고른다.
– ‘내 시간 예산표’를 만든다.
가족, 일, 휴식, 관계 관리에 배분할 시간을 미리 써 둔다.
– ‘경계 문장’ 3개를 현재형으로 적어 책상 앞에 붙인다.
– “나의 선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루 두 번 알람으로 띄운다.
– SNS 알림 끄기·차단·언팔 정책을 미리 정한다.
개인적 독후감
이 책은 관계의 초점을 ‘상대를 고치는 프로젝트’에서 ‘나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로 옮긴다.
읽다 보면 “참는 것과 비우는 것의 차이”가 또렷해진다.
참는 것은 억압이고, 비우는 것은 선택이다.
렛뎀은 ‘비움’의 기술이다.
상대를 바꾸려는 미세한 조급함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다.
그 자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작은 루틴을 꾸준히 지키고, 의미 있는 관계에 더 깊이 투자하고, 내 일의 품질을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친절해진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용납하는 마음은, 완벽하지 않은 타인을 견디는 힘과 연결된다.
그 점에서 렛뎀은 타인에게 관대한 기술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기술이다.
누가 읽으면 좋은가.
– 상대를 설득하느라 늘 지치고, 관계가 일이 된 사람.
– 팀에서 ‘만능 해결사’ 역할을 떠맡아 번아웃을 겪는 사람.
– 가족의 요구와 나의 삶 사이에서 경계가 흐릿한 사람.
– SNS 논쟁과 비교의 늪에서 주의력과 시간을 잃는 사람.
함께 생각해 볼 확장 읽기·개념
경계 설정 가이드, 인지행동적 기법(사고–감정–행동 연결), 수용전념치료(ACT)의 가치 중심 행동, 스토아 철학의 통제 이분법 등이 렛뎀과 잘 맞물린다.
이 프레임들을 곁들이면 ‘내가 지금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한층 선명해진다.
마무리
렛뎀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의 다른 이름이다.
상대를 바꾸는 데 쓰던 에너지를 나의 기준, 나의 시간, 나의 행동으로 되돌릴 때 관계는 더 성숙해진다.
이 책은 그 전환을 일상에서 실행 가능한 언어로 번역해 준다.
시작은 작게, 그러나 단호하게.
오늘 단 하나의 경계를 세우고, 설명은 짧게, 실행은 일관되게.
그게 렛뎀의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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